허수아비

by 땅감 posted Sep 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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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우리반 아이들과 허수아비를 만들었습니다. 처음 만드는 것이라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나무와 헌 옷, 짚풀을 구하는 일은 학부모님들이 해주셨습니다.

정근이네 논에 심자고 시작했는데 다른 아이들도 논이 있다고 해서 여섯 개나 만들었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트럭을 타고 와서 여기저기 학부모 논까지 옮겨다 드렸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오는데 논 앞에 우리가 만든 허수아비가 있어서 찍었습니다.

막 해가 뜨려고 할 때라 안개가 자욱합니다. 이제부터 나락을 거둘 때까지 이곳 들판을 지키게 될 것입니다.

물골안 논에 오랫동안 허수아비가 없었는데 우리반 아이들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허수아비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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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이 할아버지께도 하나 갖다 드렸는데 논에 심고나서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여기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길인데 이제는 벼가 모두 고개를 숙였습니다. 남쪽 지방에서는 올벼를 벴다고 하던데 이곳도 곧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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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학교 마당에도 두 개 싶었습니다.

하나는 웃고 있고 하나는 화를 내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만들었냐고 하니까 그래야 참새가 겁을 먹고 도망간다고 합니다.

요즘 참새는 약아서 허수아비 어깨에 앉아 쉰다고 합니다.

그건 예전에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참새를 쫓지도 못하는 허수아비를 왜 세웠을까 궁금했는데 만들고 나니,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