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앞두고 일주일 동안 한복을 입고 오라고 했다.
설과 추석, 일년에 한두 번 입게 되는데, 몇 번 못 입어서 작아지면 아깝다. 그러다보니 한복을 사는 것은 왠지 사치를 하는 것 같고, 잘 안 사입게 되는 것 같다. 추석을 앞두고 일주일이라도 입고, 추석 때 또 입고 빨면 그나마 많이 입게 되는 셈이라서 입고 오라고 한 것이다.
입기 싫은 사람은 안 입고 와도 되고, 없어서 못 입으면 빌려서 준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학교에 왔다. 학교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복주머니에 사탕을 달라고 선생님들을 졸랐다. 다른 반 선생님들도 1학년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학교를 돌아다니니까 명절 기분이 난다면서 좋아했다.
한복을 입었는데 뭘하냐고 자꾸 물어본다. 뭘 하고 싶은 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를 떼고 있다가 추설 연휴를 하루 앞둔 금요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체육관으로 갔다.
강강술래를 하려고 간 것이다.
강강술래는 3월부터 아이들과 조금씩 연습을 해오고 있다. 함께 노는 놀이로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어서다.
문쥐새끼까지 잡으려면 두 모둠으로 나눠서 해야 하는데 앞사람이 잘 못한다고 그간 얼마나 많이 싸웠는지 모른다.
그래도 자진몰이로 돌 때 하늘을 붕붕 나는 것 같은 그 기분을 잊지 못하고 자주 하자고 조른다.
한복을 입었으니, 이번에 제대로 한 번 하자면서 나도 벼르고 아이들도 벼르고 있었다.
이제 달이 이만큼 찼으니까 강강술래를 해야겠다면서 체육관에서 한 판 해보았다.
강강술래 - 남생아 놀아라 - 개고리 타령 - 고사리 껑자 - 청어 엮기 - 덕석몰기 - 손치기 - 대문열기 - 문쥐새끼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다 한 다음 큰 동그라미를 그려서 강강술래를 했다. 3월부터 강강술래를 해왔는데 이번처럼 한 번도 안 끊어지고 한 것은 처음이다. 싸우지 않은 것도 처음이다.
나도 놀라고 아이들도 놀랐다. 우리는 그렇게 한가위를 맞았다.
저 역시 1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추석날 한복을 입고 초록 잔디운동장에서 강강술래를 했습니다. 그러나, 가르쳐 준적 없고 그냥 손 잡고 원을 만들고 노래 가사도 잘 몰라 "강강술래~"만 외치며 덕석몰이를 한두번 한게 다입니다. 여자아이들이 치마가 밟힐까 맘껏 뛰지 못해 아쉬웠지만 나름 그냥 즐겁게 한판 뛰었다 생각했는데.. 선생님 글을 읽고나니 제가 얼마나 대충했는지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년 추석이 기다려지네요! 일년 농사로 강강술래를 조금씩 배워 볼까 합니다. 저도 배우고 우리 아이들도 배우고 말이죠^^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 선생님 사진이 안보이는데.. 강강술래하는 모습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