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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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에 연구소에 나갔습니다.

 온작품읽기를 하고 나서 저마다 글을 써두었는데, 거칠고 읽기 힘들어서 고치는 일을 하였습니다. 저도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었습니다. 읽고 있으니까 그 선생님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어서 빠져들었습니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지요.

 비가 오니까 뒷풀이를 하자 해서 연구소 근처 맥주집으로 갔습니다. 처음에는 두 병만 나눠 먹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누군가 지역 모임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김영주 선생님입니다.

 요즘 김영주 선생님은 마을학교교사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마을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아이들 삶을 담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지요. 학교에서 마을의 땅, 강, 산, 사람들을 나누면서 살고 싶다 했습니다.

그런 모임이 마을마다 있어야 우리가 하려는 온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다고 했지요. 교과서에 있는 쪼개놓은 지식이 아니라 온 것 짜리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저도 그러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왜 물골안에서 그런 선생님들이 많은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국어모임이나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 일도 힘겨운 터라 그렇게 물어볼 줄은 몰랐습니다. 저에게 강마을산마을학교를 처음 열 때 일을 잊었냐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 잊고 있었던가 봅니다.

 국어모임 회장을 맡고 나서 마을 사람들과 나누거나 마을 선생님들과 나누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온 나라 선생님들만 보았지, 온 나라에 흩어진 한 분 한 분 선생님들은 잊고 있었습니다. 하나하나가 모여서 온나라가 되는 것도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강마을산마을을 만들 때였습니다. 우리 남양주 고을의 강마을 산마을 학교 선생님들이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마을마다, 고을마다 생겨나면 우리 교육이 제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 마음으로 여름과 겨울마다 연수를 열었습니다. 벌써 여섯 해가 넘었습니다.

연수는 커져서 이제는 온나라 선생님들이 다 모입니다. 한 번 모이면 몇 백 명이나 됩니다. 저는 그 몇 백 명의 선생님들만 보았지 한 분 한 분 따로 떼어서 생각하는 것을 잊었던 것 같습니다. 김영주 선생님이 그런 것을 이야기한 것 같았습니다. 잊고 있으니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 살면서 왜 그렇게 되었나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저는 편지를 쓰면서 자꾸만 옆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임이 되자고 했습니다. 손을 내밀기 위해 출판운동도 벌이자고 하고 온작품읽기 운동도 하자 했습니다. 그렇게 말만하고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옆에 있는 선생님들께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우리 물골안에서 이야기꽃을 피우지도 못했지요.

 왜 그런가? 생각을 하다 보니, 제 것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했던 것입니다. 다른 이들이 관심이 있는 것들을 먼저 물어야 했지요. 그것부터 이야기하자 그랬으면 모일 수 있었겠지요.

 모이지 않으니 자꾸 교실에 갇힙니다. 교실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교실과 교실이 모여서 학교가 되고, 학교가 퍼져나가야 고을이 되고 나라가 됩니다. 교실과 온 나라가 따로 떨어져있지 않으니 그것들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살펴야 했습니다.

 지난 주에 선생님들께 편지를 쓰면서 선생님들이 걸어가는 길을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말만 했던 것 같습니다. 수원에 사는 진현 선생님은 여러 선생님들과 손잡고 마을 도서관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충북에서도 새 모임이 생기고 군포에서도 새롭게 모임을 한다고 들었는데 제가 사는 물골안에서는 모임이 없습니다. 학교 안에 갇혀있습니다. 학교가 섬처럼 따로 떨어져있습니다. 정현종 시인이 그랬습니다. 섬과 섬에는 ‘사이’가 있다고요. 그 사이에 가고 싶다 했지요.

 저는 그 ‘사이’에 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내 것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이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에 두물머리 양평에서 첫 번째 마을 모임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몇 명 되지 않지만 김영주 선생님은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아주 젊은 선생님도 온다고 자랑을 합니다. 저도 그 자리에 한 번 나가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만나서 나누는 자리라면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2016년 5월 17일

물골안에서 김강수 아룀.

 

덧붙이는 말>

 

1. 우리 국어모임 이름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국어교과모임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선생님들은 모든 교과를 가르칩니다. 특별히 말과 삶을 바탕에 두려는 선생님들이 많지만 말은 국어에만 있지 않지요. 삶도 그렇습니다. 이름 때문에 답답합니다. 국어교과라고 하니까 뜻을 같이 하는 선생님들도 선뜻 함께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을마다 이야기 나누는 선생님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함께 할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습니다. 노래도 좋고 놀이도 좋고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고 삶을 나누는 모임이라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해야지 ‘사이’에 갈 수 있습니다. ‘사이’가 세상을 바꿀 것 같습니다. 언뜻 중심이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그 ‘사이’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회장이지만 이름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고칠 수 없습니다. 이름 때문에 갈등이 생겨나면 더 안 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2. 김수업 선생님께 편지를 드렸습니다. 이번 연수에 모시려고 부탁드렸습니다. 김수업 선생님은 가끔 모임 연수에 오십니다. 국어교과모임 연수에 처음 모셨을 때부터 10년이 넘었으니 오래 되었습니다. 그 사이 김수업 선생님 나이도 높아지셨습니다. 오셔서는 늘 우리 역사와 말의 역사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를 부탁드렸습니다. 낱말 이야기입니다.

 우리말연구소에 있을 때였습니다. 선생님도 저도 하는 일이 바빠서 컴퓨터 자판 소리만 들리다가 가끔 선생님임 저를 불렀습니다. “김선생님, ‘기쁘다’와 ‘즐겁다’가 어떻게 다른지 아시나요?” 어떤 날은 코가 깨지려면 자빠져야 하는지 엎어져야 하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물쭈물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서야 아! 깨달았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묻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저 낱말일 뿐인데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말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볼 때가 많았습니다.

 아이들과 공부를 할 때, 저는 가끔 김수업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묻곤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말이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집니다. 아이들도 저처럼 아! 깨닫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면 말을 가벼이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말한 대로 살고 살아온 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려고 모십니다. 함께 오셔서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시기 전에 김수업 선생님이 쓴 <우리말은 서럽다>를 읽고 오시면 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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