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2016.05.19 10:10

난 왜 두 손을 모을까

조회 수 64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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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두 손 모으게 됐을까

 

양평 서종초에 와서 하루하루 다른 날을 맞는다. ‘사랑합니다’ 인사를 하는 우리 아이들의 환하게 웃으면 나도 저절로 웃는다.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들을 교육을 위해 병이 날 정도로 열심히 하신다. 내가 가장 허당이다. 학부모님들은 자기 자리에서 선생님들에게 요구하지 않고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정말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신다. 지역에 있는 분들은 내가 쫓아가지 못할 만큼 예술, 문화, 역사, 생태, 생협에서 새로운 길을 열고 계신다.

아침마다 옆문에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둘 달이 넘었다. 위험한 곳이라 나가고 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만나는 아이들과 점점 가까워지고, 날마다 나오시는 파출소 경찰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소장님은 정말 따뜻한 분이다. 아이들과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서종중학교 아이들은 내가 누군지 모를 터인데 날마다 서 있다고 인사를 한다. 오늘 아침에는 텃밭에 가시는 골프장 관리하는 할아버지, 아이들, 학부모님들을 만나소 인사를 하는데 자꾸 두 손이 모아졌다. 돌아오며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사이비지만 어릴 적부터 유아영세를 받은 천주교 신자다.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은 익숙한데 잘 하지 않는다. 남한산에서 정말 힘들 때 오백살 넘은 느티할아버지에게 나좀 도와달라 두손 모아 빈 것이 다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그냥 고맙다.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명량’을 가끔씩 다시 본다. 마지막에 토란을 나눠 먹으며 이순신이 한말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

“먹을 수 있어서 좋구나”

난 살아서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런게 마음에 든 것 같다.

마을학교교사모임을 만들게다며 참 고민 많이 했다. 나도 가진 답이 없으니 지금까지 온 것처럼 사람들을 믿고 함께 가면 되겠지 생각했지만 괜히 바쁜 사람들 불러서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나를 깨닫게 했다.

수입초 이동준 선생님은 잔아박물관을 소개해 주며 모임 자리를 알아본다고 하였다. 지역의 한 분은 나를 데리고 다니며 마을주민들이 펼치고 있는 운동의 현장을 소개해 주었다. 우리 학교 조배식 선생님은 몸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마을과 함께 하려고 한다. 남은영 선생님은 내일 모임 때 도와줄 거 있으면 이야기 하란다. 전지가 필요하지 않냐고 물었다. 맞다. 내가 마을을 이야기하고 모임을 만들자 하고 마을이 중요하다고 하는 말 자체가 권력(힘)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앞서는 것이 아니라 여기 오신 분들과 이야기 나누며 함께 가고자 했는데 내가 쓴 글들, 생각들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처음에 생각한 대로 소박하게 마을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모여 이러저런 이야기 나누며 살면 되는 것이다. 반갑게 서로 인사하고 마을에 대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길들을 이야기 나누고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외국의 대단한 이론이나 실천, 우리 나라의 대단한 이론가나 실천가, 새로운 교육 방법들이 오히려 우리들을 주눅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아이들을 따듯하게 만나고 싶다. 잘 가르치고 싶다. 아이들에 대해서 잘 알아야 잘 가르칠 수 있다. 혼자 하다 떠나는 것보다 마을에 있는 교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가면 어떨까. 이것을 굳이 이론에 기대거나 다른 사람에게 들어야 알 수 있나. 우리 마음에 있는 것을 그냥 나누면 된다.

중간 쉬는 시간에 한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말로는 생활 문제라서 내가 데리고 있지만 이 아이한테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사는 곳, 가족 관계 등을 이야기 하는데 내가 학생이 되어 배울 수밖에 없었다. 한 아이 아니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똑같지 않을까. 그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 사는 곳의 이야기, 함께 살아가기가 전부가 아닐까. 함께 서로의 삶을 이해하면 가르칠 내용과 방법은 정해지게 된다. 아이들이 사는 마을에 가서 아이들이 노는 곳, 다니는 곳, 만나는 사람들을 알아야겠다. 자주 가봐야겠다.

난 서울 변두리의 산동네에서 자랐다. 동네가 있었고, 골목길과 공터에서 날마다 놀았다. 놀이하며 형동생누나를 만났다. 재기차기, 다방구, 오징어 놀이도 배웠다. 뒷산에서도 놀았다. 이 동네 저 동네 곳곳을 아이들과 어울려 누비고 다녔다. 발로 걸으며 다녔다. 골목길, 뒷산 지리, 시장통의 길들을 잘 알았다.

“야, 오늘은 우리 동네에서 놀자.”

학교 끝날 때는 이미 누구네 동네에서 놀지 정해져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가 주 무대고 친구들이 사는 동네는 주변 무대다. 우리들이 부르는 놀이와 노래가 있었고, 동네 사람들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도시라서, 큰학교라서 안 되고, 사람들이 많아서, 바빠서 안 된다고 하지만 마을이나 동네의 뜻은 내가 사는 곳에서 바로 얼마든지 이을 수 있다. 학교도 마을과 동네 같아야 하지 않을까.

선생님들과 만나서 대단한 것을 하고자 하지 않는다. 우리 마을 함께 가보기, 나들이 가기, 마을과 동네의 재미있는 곳 찾아가기, 함께 놀기처럼 어릴 적 내가 친구들 만나 듯 하면서 살면 된다. 마을에서 사람을 만나 어울리는 것이 곧 교실 아이들을 만나 어울리는 것, 동료 선생님을 만나 함께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 마을, 한 동네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우리 안의 마을과 동네를 만나야 한다. 그러면 우리 지역, 우리 마을, 우리 고을이 다시 보이지 않않을까.

우리 마을 어디에서 만날까,

동네 친구들 만나듯 다른 선생님이 소개하는 곳에 가서 함께 걷자.

놀이터, 공터, 논둑길, 마을회관, 미술관, 박물관, 강길, 산길, 옆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나 교실들에 함께 가보자

 

연락 온 분들이 다 온다면 열다섯 학교 선생님이 참여할 것 같다. 우리 마을, 우리 동네는 모인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대단한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어설픈 우리들이, 마을과 동네와 학교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스스로 살며 만들어보자. 고갱이가 되는 물음은 다음 두 가지다. 내일 온 선생님들과 이야기해볼 생각이다. 그럼 또 다음에 놀 일이 생기겠지. 좋으면 다음은 누군가 말한다.

 

1. 무엇을 하면 마을에 대해, 마을 사람에 대해, 우리들에 대해 잘 알게 될까?(우리가 어릴 적 마을과 동네에서 살던 기억을 되살려보자)

 

2. 교실에서 아이들도 친구가 사는 마을, 내가 사는 마을, 마을에서 함께 놀기, 놀며 부른 노래, 놀이, 이야기 함께 하기 등을 하면 마을교육과정이 되지 않을까?

 

살아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모든 분들게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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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감 2016.05.25 14:59
    모임이 잘되어서 좋았습니다 덕분에 저도 힘을 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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