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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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에 목련이 뾰족하게 올라오길래 꽃을 그리러 학교 마당에 나갔습니다.

 아이들은 연필을 들고 나가서 꽃도 그리고 학교 뜰도 그렸지요. 저도 나간 김에 도화지에 목련을 그렸습니다.

 하루 만에 다 그릴 수가 없어서 다음 날도 연필을 들고 나갔는데 그새 뾰족하던 목련꽃이 드문드문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물감 칠을 하려고 바깥에 나갔더니 이제는 나무 위가 온통 하얗게 피었더군요. 다음주가 되면 하나둘 지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목련꽃 두꺼운 이파리가 뚝뚝 떨어지면 봄날이 더 깊어질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왔더니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나와서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윤서는 초콜렛 한 조각을 떼어서 주고, 지아는 껌 한 개를 꺼내 주었습니다. 초콜렛은 껍질이 없어서 냉큼 받아먹고, 껌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중간 놀이시간에 먹었습니다.

 과학공부 하러 갔던 아이들이 중간 놀이 시간에 다시 돌아와서는 내 입에 있는 게 뭐냐고 묻습니다. 지아가 준 껌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껌 먹고 싶니?"물었습니다. 아이들이 입을 모아서 "예" 합니다.

 그래서 내가 "이 껌 진짜 맛있다." 하면서 껌 먹으려면 돈 가지고 공판장 가서 사먹으라고 말했지요. 아이들이 막 화를 냅니다. 

 아이들이 화를 내니까 저는 더 재미가 있어서 껌으로 풍선을 불어서 막 붑니다. 아이들이 더 화를 냅니다.

 유진이와 연우가 껌달라고 자꾸 보채서 "그럼 이것 먹을래?"하면서 입에 든 껌을 손가락으로 꺼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더럽다면서 도망을 갑니다.

 아이들은 멀찍이 서서 나를 째려보고 저는 그게 또 재미있어서 풍선껌을 막 부는데 그만 너무 세게 불어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그걸 보더니 손가락질 하면서 막 웃습니다. 고소해 죽겠는가 봅니다. 얼마나 해맑게 웃는지 모릅니다.

 저는 "에이!" 하고는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들이랑 맛있는 것 먹어야겠다"면서 교무실로 갔지요.

 아이들이 우우 교무실로 따라옵니다. 저 따라서 교무실에 들어오려고 하길래 "선생님들만 교무실에서 먹는 거야. 애들은 교무실 들어오면 퇴학당한다."했더니 소리를 지르면서 운동장으로 놀러 나갑니다. 놀러나가는 아이들이 참 귀엽습니다.

 가끔 편지에 썼는데 저는 아이들과 장난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상하게 아이들이 뭐라고 하면 장난을 치고 싶어집니다. 제가 장난을 치면 아이들 더 제 속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서 그것도 참 좋습니다.

 

 어제는 매일 아침마다 <우리말우리글> 책읽기를 하는 동건이가 초코빵 조그만 상자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엄마가 아이들하고 선생님하고 나눠먹으래요." 하길래

 "동건아, 이것 아이들 주지 말고 선생님하고 너하고 나눠먹자."했지요.

 동건이가 안 된다고 했는데 저는 그냥 가지고 와서 제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나중에 한둘씩 아이들이 들어와서 그게 뭐냐고 묻습니다. 좀 있다 이야기해준다고 참으라고 했지요. 아이들이 다 들어오길래 이게 뭔지 이야기준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웁니다.

 "이건 초코빵인데 동건이 어머니가 아이들 나눠주지 말고 선생님만 혼자 먹으라고 보낸 거야."했더니

 아이들이소리를 지릅니다. 동건이더러 들은대로 이야기해보라 합니다.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는지 동건이가 머뭇거리길래 제가 꼬드기면서 말했지요.

  "동건아, 너도 두 개 줄테니까 사실대로 말해. 이것 엄마가 선생님만 먹으라고 했지?" 동건이가 못참겠는지 사실을 말했습니다. 엄마가 아이들 나눠주라고 했다고 말이지요. 아이들이 와! 소리를 지르며 좋아합니다. 선생님은 돼지라고 말도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제 지훈이가 일기장에 터닝메카드 메가를 샀다고 썼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밑에다가 나도 그것 갖고 싶다면서 한 번 구경만 하자고 썼지요. 어제 점심 때 살빼기 걷기 운동을 하는데 지훈이가 옆에 오길래 물었습니다.

 "지훈아 메가 그것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샀어? 그거 만8천 5백원이나 하잖아."했더니 지훈이가

 "선생님 그거 이제 만8천4백원해요."하면서 내일 가져와서 살짝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못 미더운지 뺏아가면 안된다고 다짐을 받습니다. 아이들 장난감이나 새로 산 물건을 보면 나도 달라면서 뺏아간 적이 있는데 그걸 지훈이가 봤나 봅니다.

 오늘 학교에 오자마자 지훈이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달려나와서는 제 옆을 맴돌았습니다. 조금있다가 제가 혼자 있으니까 제 자리로 데려가더니 터닝메카드 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카드 달라고 해서 변신을 시켜봅니다. 진짜 신기하다면서 부러워죽겠다는 표정을 지어주었더니 지훈이가 불안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면서 자꾸 다시 가져가려고 합니다. 선생님이 뺏아갈까봐 걱정이 되나 봅니다. 지훈이에게 돌려주면서 말했지요.

 "야, 너 남는 터닝메카드 있으면 하나만 줘. 그러면 너만 특별히 멸치 하나 줄게."했습니다.

 지훈이가 조금 생각하는 눈치로 자리에 갔습니다. 내일이면 지훈이가 터닝메카드를 가져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훈이는 터닝메카드가 스무 개도 넘게 있다고 했으니 한 개쯤 선생님 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후가 되어서 아이들이 모두 돌아갔습니다. 창밖을 보니까 아침보다  날이 더 좋습니다.   

 학교에서 하루종일 아이들과 지내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돌아간 빈 교실도 참 좋습니다. 아이들이 밝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좋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 화가 나서 가거나 울면서 갔다면 마음이 편치 못했을 것입니다. 내일은 또 하루 쉬고, 모래는 반 아이들과 함께 소풍을 갑니다.

 대성리에 벚꽃 구경 가는데, 날을 잘 잡은 것 같습니다. 모래쯤이면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꽃잎들이 휘날릴 것 같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2016년 4월 12일

물골안에서 김강수 아룀.  

 

 덧붙이는 말>

 

1. 여름 연수 계획을 다 짜고 오셔서 이야기할 분들에게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에 오셨던 이현주 선생님들을 못 본 분들이 한 번만 더 모시면 좋겠다 했습니다. 반 년만에 또 어떻게 모시나 걱정이 되었지만 전화를 드렸습니다. 사모님께서 받더니 그날 시간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다행입니다. 사실 저도 이현주 선생님께서 오시면 한 번 더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나이가 더 들면 다시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텐데 싶어서 그랬지요. 이현주 선생님 강의는 마지막 날 아침으로 맞추었습니다.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2. 분과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연수에서 한 번 해봤더니 선생님들이 좋아하셔서 지난 겨울처럼 분과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겨울에는 강의 시간을 줄이고, 그 대신에 토론을 하거나 실습을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끝나는 시간이 한 시간이 넘어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저렇게 이야기가 속에 가득 찼는데 여태 어떻게 참았을까 싶었습니다.

 전체 강좌는 그렇게 못해도 분과 강좌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실습하는 시간을 절반 넘게 하려고 합니다. 그럼 온나라 교실의 이야기가 모두 어우러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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