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교실 한 가운데에 빙 둘러앉아 오늘 이야기하는 친구를 바라봅니다.
"내가 이틀동안 궁평항에서 열리는 포도축제에 갔다왔어.
왜 갔다왔냐구?
포도 먹으러?
아니, 엄마랑 같이 떡 팔고 왔어.
이틀동안 떡 파는데 그냥 먹어보고 만 가는 사람이 진짜 얄밉더라"
듣고 있는데 마음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학교에서 먼 곳에서 살아 늘 버스를 타고 다니느라 아침부터 피곤해 하는 친구인데 떡집을 한 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누나 3명에 막내 아들이라 귀한 왕자처럼 살고 있을 줄 알았거든요.
"선생님? 제가 왕자처럼 살거라고 하셨죠? 아니요. 우리 누나들이 자기들은 집에 있고 저만 엄마랑 같이 갔다왔거든요. 누나들이 얼마나 많이 부려먹는데요..."
이제는 맏이인 아이들과 막내인 아이들, 둘째인 아이들이 서로 자기가 더 힘들다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아침 시간이 왁자지껄합니다.
머리 속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실제의 아이들의 모습이 이렇게 다릅니다.
12살이지만 이렇게 마음이 훌쩍 큰 녀석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찡합니다.
같은 12살이지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다른 아이들이 우리반에 있습니다. 신문이나 책에서 보았던 아이들의 삶이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참 많이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