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조회 수 60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월요일 아침에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교실 한 가운데에 빙 둘러앉아 오늘 이야기하는 친구를 바라봅니다.

 

"내가 이틀동안 궁평항에서 열리는 포도축제에 갔다왔어.

왜 갔다왔냐구?

포도 먹으러?

아니, 엄마랑 같이 떡 팔고 왔어.

이틀동안 떡 파는데 그냥 먹어보고 만 가는 사람이 진짜 얄밉더라"

 

듣고 있는데 마음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학교에서 먼 곳에서 살아 늘 버스를 타고 다니느라 아침부터 피곤해 하는 친구인데 떡집을 한 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누나 3명에 막내 아들이라 귀한 왕자처럼 살고 있을 줄 알았거든요.

 

"선생님? 제가 왕자처럼 살거라고 하셨죠? 아니요. 우리 누나들이 자기들은 집에 있고 저만 엄마랑 같이 갔다왔거든요. 누나들이 얼마나 많이 부려먹는데요..."

이제는 맏이인 아이들과 막내인 아이들, 둘째인 아이들이 서로 자기가 더 힘들다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아침 시간이 왁자지껄합니다.

 

머리 속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실제의 아이들의 모습이 이렇게 다릅니다.

 

12살이지만 이렇게 마음이 훌쩍 큰 녀석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찡합니다.

 

같은 12살이지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다른 아이들이 우리반에 있습니다. 신문이나 책에서 보았던 아이들의 삶이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참 많이 미안합니다.

  • ?
    땅감 2015.09.01 15:06
    그랬었군요. 저도 가정방문을 가보고 나서야 아이의 삶을 어렴풋이 알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반에 있었던 아이가 생각나네요. 책에서 읽었던 아이의 삶이 내 옆에 있는데 저는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떡을 먹기만 하고 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이름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 김강수 사진이 안 보여요. 2 땅감 2015.11.02 64
42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은행잎이 노랗습니다. 땅감 2015.10.27 76
41 김영주 남한산엔 참 많은 일들이 펼쳐집니다. 1 빛나 2015.10.21 94
40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2 땅감 2015.10.16 69
39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손을 잡고 걸어야 하겠습니다. 땅감 2015.10.16 59
38 윤승용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다. 1 file 만돌이 2015.10.14 72
37 김강수 한복 입고 강강술래 한 판 4 file 땅감 2015.10.05 87
36 진주형 4학년 그림자극 수업하기 2 file 짠주 2015.09.24 85
35 김영주 병뚜껑 놀이와 교사 편지 1 file 빛나 2015.09.24 61
34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선생님, 빨간 고추를 땄습니다. 2 땅감 2015.09.22 68
33 김강수 허수아비 file 땅감 2015.09.21 126
32 박진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6 갈돕이01 2015.09.19 95
31 김강수 칼럼 - 수사 반장의 추억 땅감 2015.09.16 70
30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선생님,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5 땅감 2015.09.15 69
29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선생님,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4 땅감 2015.09.08 59
28 관리자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 9월 일정 관리자 2015.09.03 67
27 관리자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 한겨레 광고 1 관리자 2015.09.02 64
26 김강수 삶이 살아나는 길을 어떻게? 땅감 2015.09.01 56
» 진현 나만의 세상에서 벗어나기... 1 마니(수원진현) 2015.09.01 60
24 윤승용 유영애 선생님 글 2 만돌이 2015.08.31 6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모두보기
home
사랑방 이야기나누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