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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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동네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갔는데 바깥에서 할머니들이 햇감자가 참 맛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여태 너무 가물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비가 오지 않아서 감자가 타박하니 맛이 좋다는 것입니다. 80 넘은 할머니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올해 만큼 맛있는 감자를 먹어본 적이 없다니까 올해 그만큼 비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온다는 비는 오지 않고 마른 먼지만 날립니다.

7월이 되었지만 장마가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끔 먼 하늘이 새까매져서 이제는 비가 오는구나 싶었는데 조금 따루다가 금세 개고 맙니다. 우리 동네 할아버지들이 아침부터 물을 대느라 논밭으로 가는 걸 봅니다. 이래서는 도무지 농사를 지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7월에 온나라 선생님들께 가는 일곱 번째 편지를 씁니다. 다들 잘 지내셨는지요?

 

지난 번 편지를 보내고 나서 또 몇몇 분들이 답을 보내주셨습니다. 혼자서 편지를 보내는 것이 외로워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라도 답을 써야지 싶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써준 답이 저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또 용기를 내어서 씁니다.

이번에는 제가 아는 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알기도 하고, 또 우리 모임 선생님들이라면 다들 알만한 분입니다. 이번 강마을산마을 연수에도 오시니까 그때 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정오 선생님입니다. 날이 가물어서 그때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준 옛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다들 그러셨겠지만 저도 발령받고 나서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에서 처음 서정오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 나오는 옛이야기를 하나씩 기억해뒀다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했습니다. 힘든 공부에 지친 아이들은 제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공부가 아닌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정오 선생님 덕분에 가끔 우리반은 이야기판이 벌어지곤 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서정오 선생님께 처음 연락을 드린 것은 우리 모임을 열고 나서 첫 번째 계간지를 낼 때였습니다. 계간지 창간호가 나오니까 그곳에 선생님께서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써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글을 어떻게 써주셨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저에게는 책에서 보던 분에게 직접 편지를 쓴 것이 신기했습니다.

처음 뵌 것도 기억이 납니다. 강연을 부탁드려서 오셨을 것입니다. 서정오 선생님은 얼굴이 검고 머리가 희다고 해서 다들 웃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옛날옛날에.... 마음씨 착한 농부가 살았는데... 날이 가물었어. 하루는 논 일을 가다가... 물이 바짝바짝 마른 웅덩이에 올챙이들이 헤엄치고 있었어. .... 뭐 그런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농부는 올챙이를 돕고 올챙이는 농부에게 은혜를 갚고, 그걸 시기한 고을 원님에 대한,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였는데 요즘 같이 날이 가물 때는 그게 남다르게 느껴지곤 합니다. 어제 뜬금없이 그때 그 올챙이들은 얼마나 고마웠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물이 마를텐데, 두 손으로 올챙이를 떠서 논으로 옮겨주었으니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지만 우리 모임에게 서정오 선생님은 그 농부같은 분이었습니다.

<우리말우리글> 대안 교과서를 만든다고 할 때였습니다. 선생님이 쓴 책을 교과서에 실으면 안 되냐고 하면 안 될 까닭이 없다고 하면서 출판사에 미리 허락을 받아주시곤 했습니다. 연수에 오시라 부탁을 드리면 아무리 멀어도 찾아오시곤 했습니다. <우리말우리글> 대안 교과서를 만들고 나서 인사말을 써달라고 할 때도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그냥 허락을 해주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이 보내온 편지를 읽으면 더 열심히 살아야하겠구나, 뜻을 이어야 하겠구나 다짐을 하게 했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편지를 쓸 때는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부탁을 드린다고 씁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답을 해주실 때 늘 우리가 하는 일을 칭찬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할 일을 대신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짧게 보내면 선생님은 아주 길게 써주시곤 했습니다. 바쁘실텐데, 우리 모임을 언제 알았다고 이렇게 잘 해주시나 싶었습니다.

<우리말우리글> 1학년을 마무리했을 때였나 싶습니다.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에서 출판사가 주최하는 출간기념회가 열렸습니다.

그때 대구에 사시는 선생님이 올라오셨습니다. 우리 모임 선생니들도 몇 분 참석하지 않았고, 지역모임 회장님들도 많이 오시지 않았습니다. 동무도 없이 혼자 오셔서 몇 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내려가셨습니다. 저녁밥을 같이 드시자고 했는데 내려가는 길이 멀다고 그냥 가셨습니다.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눴던 것 같습니다. 나라면 그렇게 먼 길을 가서 앉아만 있다가 오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서정오 선생님은 그 자리를 지켜보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지난 해에는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에서 이야기를 공부한다고 불쑥 선생님댁을 찾아가겠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그것도 여덟 명이나 집으로 찾아가겠다는데 허락해주었습니다. 그날 선생님 댁에 가서 몇 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듣고 사모님이 쪄주시는 고구마도 먹고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사모님과 따님께서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이번 여름 연수 이야기를 해야하겠습니다. 여름연수에 서정오 선생님을 모시고 싶은데 오시는 길에 두 분과를 강의해주시면 안 되나 여쭈었습니다. 준비하는 사람들이 다들 말렸습니다. 서정오 선생님이 거절하실리가 없다, 나이도 높으신데 먼 곳에서 오시고 너무 힘들어서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연락이나 드려보자 제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건강하실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것이 선생님 뜻을 이어가는 길이라 우겼습니다.

연락을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하나라도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생명이 귀하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때 이야기속 농부처럼 손을 모아 올챙이를 살려주는 것을 귀찮고 어려운 일입니다. 서정오 선생님도 연수에 와서 한 곳에서 두 번이나 말을 한다는 것이 귀찮고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몸을 움직여 오시기로 하였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오늘도 소식만 있고 비는 오지 않습니다. 비 올 확률이 20%라고 합니다.

자전거타고 지나가다 보면 가끔 논이나 밭에 물을 대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고생하신다고 인사라도 해야 하겠습니다.

 

2015년 7월 8일

물골안에서 김강수 아룀.

 

<덧붙이는 말>

 

1. 누리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주소는 http://www.urimal.or.kr/ 입니다. 잘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여기 이야기판이 벌어지려면 사람 사는 이야기가 넘쳐야 합니다. 가끔 페이스북이나 다른 사이트에 가보면 글을 올리는 분들이 있는데 그 중에 제가 아는 우리 모임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그 글을 이곳에도 옮겨와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일이 전화나 편지를 드려서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읽고 쓸만한 자료도 있으면 올려두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비어서 볼 것이 없지만, 조금씩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채워나가는 분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강마을산마을 여름 배움터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이제는 연수 신청을 그만 받고 연수 준비를 알차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회의가 있어서 나갔는데 뜸하던 신청게시판에 갑자기 신청이 몰렸다고 하면서 일주일만 더 기다렸다가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7월 15일 부터는 연수 신청을 그만 받기로 했습니다. 기숙사 방도 정해야 하고, 강의실도 미리 빌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랄 것 같습니다. 혹시 취소를 하실 분도 15일까지 취소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연수 준비를 하면 늘 설렙니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습니다. 돌림병 때문에 지난해보다 신청자가 적었지만, 그래도 2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온나라에서 오십니다. 정성을 다해서 준비하겠습니다.

 

3. 편지를 부치려고 하다가 1블록 공부가 시작되었는데 비가 왔습니다.(작게 나눠서 부치느라 10분 정도 걸립니다.) 중간놀이시간인데 지금도 오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아이들과 라면을 끓여서 나눠 먹었습니다. 뜨거운 라면 국물이 속에 들어가니까 비오는 것이 실감 납니다. 이런 것을 단비라고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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