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조회 수 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 까페에 김영주 선생님이 쓴 글을 여기에 옮겨둡니다.

 

남한산에 처음 온 교사, 학부모, 아이들의 말하기 듣기 문화를 잘 살펴보면 이야기 문화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보통 학교에 있을 때는 서로 다른 문화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문화는 삶이고 앎이다. 특히 아이들을 모아 놓고 어른이 다수를 대상으로 혼자 진행을 할 때 이런 특징이 도드라진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탓하지만 끝내 어른들이 말하기만 할 줄 알지 듣기를 하며 말하기를 하는 이야기를 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오히려 이야기 문화를 이미 겪으며 성장한 아이들이 어른을 이해하고 들어주고 알려준다. 때로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곳이 남한산이다.

 

보통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하기와 듣기의 특징

1. 나는 다 알고 있으니 그대로 따르라.

2. 목소리가 크고 위협적이다.

3. 안 되면 너희들 책임이나 알아서 해라.

4. 알려야 할 것을 차근차근 이야기하기보다 이미 알아버린 결과의 핵심을 빠른 시간에 주고 따르도록 하려고 한다.

5.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을 바로 말하고 이해를 구하기보다 안 들어준다고 이미 삐져서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한다.

6. 그냥 설명을 하고 나중에 질문을 받으면 되는데, 들어주지도 않을 거면서 중간에 어른이 묻는다. 아이들이 답하면 시끄러워지니까 다시 아이들을 탓한다.

7. 혼자 말하다 답답하면 알았지? 알겠어! 잘 알겠지요. 라는 말을 넣어 스스로 안심의 근거를 찾는다.

8. 쉬운 말, 뚜렷한 말을 하기보다 어려운 한자말, 영어를 많이 섞어 쓴다.

9. 갈길을 정해 놓았으니 과정보다 빨리 결과에 도달하고 싶어 말이 빠르다.

 

이런 모습은 처음 온 교사뿐 아니라 처음 전한 온 아이들, 학부모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남한산 경험이 많아지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 문화를 자기도 모르게 배워간다.

 

1.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갈 길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전제하고 말한다.

2. 목소리가 크지 않으며 부드러운 분위기다.

3. 부탁하고 위로하고 함께 풀어가고자 한다.

4. 알려야 할 것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질문을 받되 지금 할 이야기와 개인적으로 물을 이야기를 구분하도록 알려준다.

5. 아이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바로 말한다.

6. 아이들을 탓하거나 위협하거나 윽박지르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풀고자 한다.

7. 알았지, 알겠지 보다 아이들의 낯빛, 분위기, 시끄러워지는 까닭 따위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이야기가 잘 되도록 양념 조절을 잘한다.

8. 쉬운말, 뚜렷한 말, 아이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예, 토박이말을 사용한다.

9. 알맞은 속도로 말한다.

 

아이들은 선생들에게 도움을 준다.

1. 선생님 그렇게 말하면 아이들이 안 들어요.

2. 그냥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세요.

3. 크게 말한다고 잘 듣지 않아요.

4. 마이크를 사용하지 마세요.

 

오래 있던 선생님들은 이야기한다.

1. 아이들이 들어준다.

2. 나도 처음엔 그랬어.

3. 그래도 배울 점이 있다.

 

좋은 학교의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이야기하는 문화의 수준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말할 기회가 있는가? 혼자 말하고 끝나지 않는가? 대안을 말하며 함께 길을 열고 있는가?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 뚜렷한 말을 하는가? 학교 곳곳에 아이들 말이 있는가?

 

늘 나부터 돌아볼 일이다. 누구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넉넉하게 품으며 가는 길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은 금방 배우는데(이미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것) 어른들은 끝내 배우지 못할 때도 있다(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는 편견 때문일 것)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이름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이제 가을입니다. 땅감 2015.08.31 58
22 김강수 교재를 만들어서 나누는 교육운동에 대해 3 땅감 2015.08.25 68
21 윤승용 시와 그림 1 file 만돌이 2015.08.21 61
20 관리자 한자병기 관련 공청회와 학부모 선언 관리자 2015.08.21 44
19 관리자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활동 보고 관리자 2015.08.08 51
18 관리자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국회 토론회 관리자 2015.08.08 57
17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어떤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오셨나요? 땅감 2015.07.30 63
16 김강수 물골안 편지 - 함께 떠날 동무가 있으신가요? 1 땅감 2015.07.30 51
15 윤승용 돌담쌓기 2 file 만돌이 2015.07.27 62
14 박진환 중국동포초등교사들을 만나다! 10 file 갈돕이01 2015.07.20 71
13 박길훈 다음 / 네이버 포탈 검색에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올리기 4 file 물골안훈장 2015.07.16 75
12 진현 김강수 선생님 편지를 읽고 3 마니(수원진현) 2015.07.16 80
11 관리자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보고 3 관리자 2015.07.14 58
10 김강수 비 오는 날 2 file 땅감 2015.07.13 62
9 윤승용 거두다 3 file 만돌이 2015.07.10 62
» 김강수 말하기와 듣기 그리고 이야기 문화 땅감 2015.07.08 73
7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지금은 비가 오고 있습니다. 땅감 2015.07.08 64
6 관리자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서명 1 관리자 2015.07.07 63
5 김강수 긴 성을 쌓다 6 file 땅감 2015.07.04 82
4 김강수 온 나라, 선생님들 반갑습니다. 2 땅감 2015.07.02 7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모두보기
home
사랑방 이야기나누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