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2015.07.10 20:26

거두다

조회 수 62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텃밭을 연 게 4월이었으니, 세 달 넘게 텃밭을 찾았네요. 벚꽃 내리는 길을 걸을 때, 햇볕이 따가워 눈을 찡그린 날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도 그냥 한 번 둘러보고 오는 것이지만 주마다 한 번씩은 찾은 것 같아요. 상추는 언제 부턴가 거두었고, 토마토도 조금씩 따 먹었네요. 곱게 자란 것은 아니지만 가지도 거두었지요. 다음 주에도 조금씩 나오지 싶어요. 고추도 그렇고요.

이번 주 감자를 캐러 갔습니다. 나름 물도 자주 주었고, 잡초도 뽑아주어 알찬 감자를 기대했었는데, 땅강아지가 많이도 먹었습니다. 성한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기대하고 감자를 캐는 아이들의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정성을 다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이것 뿐이 아니겠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실망하는 눈빛 어쩔 수 없습니다. 교실에 돌아와 감자 성한 것 골라 아이들에게 삶아주었습니다. 맛있게도 먹더군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한꺼번에 나눠가지기엔 모자라는 양이고 성한 것이 없는 감자를 어찌할까 하다 수업 끝나고 가지고 갈 사람 열 개 정도 골라 가져가도 된다고 했네요. 아침에 오니 남은 것이 없습니다. 자기들이 키운 거라 가져가고 싶은 아이들이 많았나 봅니다.

하나 하나 걸음을 무겁게 가져가도 결과는 꼭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삶의 가르침은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결과에 기대지 않고 하루 하루, 순간 순간 정성을 다하라는 가르침 말이죠.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그 동안 무엇을 위해 달려왔나 싶기도 하고, 어서 빨리 방학이 되고 조금 쉬었으면 싶기도 한 시간입니다. 아이들도 그렇겠지요. 걸어 온 길 뒤돌아보며 앞을 내다봐야 하겠지만 기분은 그렇습니다.

이런 기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언제나 웃음으로 다가옵니다. 다가오는 눈빛이 맑습니다. 기운나게 하는 눈빛입니다. 힘 솟게 하는 아이들의 움직임이고 몸짓입니다. 남은 학기 알찬 시간 꾸리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용기와 앞을 내다보는 힘을 가져야 하는 시간이지 싶습니다. 

 

  • ?
    만돌이 2015.07.13 09:06
    사진이 너무 크게 들어가는군요. 사진 크기를 조절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 ?
    땅감 2015.07.13 13:54
    나도 궁금.
  • ?
    땅감 2015.07.13 15:37
    결과가 어떻든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 꼭 우리 모임이 하고자 하는 일과 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을까봐 늘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이름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이제 가을입니다. 땅감 2015.08.31 58
22 김강수 교재를 만들어서 나누는 교육운동에 대해 3 땅감 2015.08.25 68
21 윤승용 시와 그림 1 file 만돌이 2015.08.21 61
20 관리자 한자병기 관련 공청회와 학부모 선언 관리자 2015.08.21 44
19 관리자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활동 보고 관리자 2015.08.08 51
18 관리자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국회 토론회 관리자 2015.08.08 57
17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어떤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오셨나요? 땅감 2015.07.30 63
16 김강수 물골안 편지 - 함께 떠날 동무가 있으신가요? 1 땅감 2015.07.30 51
15 윤승용 돌담쌓기 2 file 만돌이 2015.07.27 62
14 박진환 중국동포초등교사들을 만나다! 10 file 갈돕이01 2015.07.20 71
13 박길훈 다음 / 네이버 포탈 검색에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올리기 4 file 물골안훈장 2015.07.16 75
12 진현 김강수 선생님 편지를 읽고 3 마니(수원진현) 2015.07.16 80
11 관리자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보고 3 관리자 2015.07.14 58
10 김강수 비 오는 날 2 file 땅감 2015.07.13 62
» 윤승용 거두다 3 file 만돌이 2015.07.10 62
8 김강수 말하기와 듣기 그리고 이야기 문화 땅감 2015.07.08 73
7 김강수 물골안 편지 - 지금은 비가 오고 있습니다. 땅감 2015.07.08 64
6 관리자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서명 1 관리자 2015.07.07 63
5 김강수 긴 성을 쌓다 6 file 땅감 2015.07.04 82
4 김강수 온 나라, 선생님들 반갑습니다. 2 땅감 2015.07.02 7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모두보기
home
사랑방 이야기나누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