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다

by 만돌이 posted Jul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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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연 게 4월이었으니, 세 달 넘게 텃밭을 찾았네요. 벚꽃 내리는 길을 걸을 때, 햇볕이 따가워 눈을 찡그린 날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도 그냥 한 번 둘러보고 오는 것이지만 주마다 한 번씩은 찾은 것 같아요. 상추는 언제 부턴가 거두었고, 토마토도 조금씩 따 먹었네요. 곱게 자란 것은 아니지만 가지도 거두었지요. 다음 주에도 조금씩 나오지 싶어요. 고추도 그렇고요.

이번 주 감자를 캐러 갔습니다. 나름 물도 자주 주었고, 잡초도 뽑아주어 알찬 감자를 기대했었는데, 땅강아지가 많이도 먹었습니다. 성한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기대하고 감자를 캐는 아이들의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정성을 다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이것 뿐이 아니겠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실망하는 눈빛 어쩔 수 없습니다. 교실에 돌아와 감자 성한 것 골라 아이들에게 삶아주었습니다. 맛있게도 먹더군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한꺼번에 나눠가지기엔 모자라는 양이고 성한 것이 없는 감자를 어찌할까 하다 수업 끝나고 가지고 갈 사람 열 개 정도 골라 가져가도 된다고 했네요. 아침에 오니 남은 것이 없습니다. 자기들이 키운 거라 가져가고 싶은 아이들이 많았나 봅니다.

하나 하나 걸음을 무겁게 가져가도 결과는 꼭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삶의 가르침은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결과에 기대지 않고 하루 하루, 순간 순간 정성을 다하라는 가르침 말이죠.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그 동안 무엇을 위해 달려왔나 싶기도 하고, 어서 빨리 방학이 되고 조금 쉬었으면 싶기도 한 시간입니다. 아이들도 그렇겠지요. 걸어 온 길 뒤돌아보며 앞을 내다봐야 하겠지만 기분은 그렇습니다.

이런 기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언제나 웃음으로 다가옵니다. 다가오는 눈빛이 맑습니다. 기운나게 하는 눈빛입니다. 힘 솟게 하는 아이들의 움직임이고 몸짓입니다. 남은 학기 알찬 시간 꾸리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용기와 앞을 내다보는 힘을 가져야 하는 시간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