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by 땅감 posted Jul 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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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가 왔습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입니다. 태풍이 몰고온 비라서 바람도 셉니다.

반 아이들과 함께 우산을 쓰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가다가 개구리를 만난 우리반 영인이가 냉큼 잡길래, 놓아주라고 하고 학교 마당으로 나갑니다. 학교 마당에는 길쭉길쭉한 지렁이가 많습니다. 지렁이를 밟지 않게 조심조심 지나갑니다.

구령대 위에 올라가서 잠시 쉬다가 손을 내밀어 지붕골 사이로 내리는 빗물을 손바닥으로 받아봅니다.

간지럽습니다. 돌아가신 임길택 선생님의 시가 생각납니다.

 

                       비 오는 날

                                                   임길택

 

    마루 끝에 서서

 

 

 

 

    한 손 기둥을 잡고

    떨어지는 처마 물에

    손을 내밀었다.

 

    한 방울 두 방울

    처마 물이 떨어질 때마다

    톡 탁 톡 탁

    손바닥에 퍼져 나간다.

 

    물방울들 무게

    온 몸으로 전해졌다.

 

    손바닥 안이

    간지러웠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서 우리반 아이들도 시를 씁니다. 이따금 바람이 불어서 시원하고 또 춥기도 합니다. 조용한 교실에 연필 슥삭이는 소리만 납니다. 민준이가 쓴 시를 소개합니다. 처음에는 네 줄만 써서 왔길래, 그 소리가 어떤지 잘 생각해보고 쓰라 했더니 저렇게 써왔습니다. 임길택 선생님만큼 좋은 시같습니다.

 

 

                        비

                                              박민준

오늘은 비가 왔다.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우산 쓰고 밖에 나갔다.

가장 생각나는 것은 빗방울 소리였다.

두두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