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2015.07.27 14:54

돌담쌓기

조회 수 62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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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해마다 계절학교를 엽니다. 여름방학 하기 전 일주일 정도 하는 내용입니다. 큰 주제로 생활체험인데, 돌, 흙, 실, 나무, 종이와 같이 생활에 기초로 쓰이는 것을 소재로 삼아 아이들과 나누는 활동으로 짜여있습니다. 저는 삼 년째 돌담쌓기를 아이들과 합니다. 처음 생각한 것은 흙담이었는데, 비가 너무 와 돌담으로 고친 것입니다. 첫 해는 돌을 구하는데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산에 있는 돌 그냥 주워 쌓으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생각과 실제는 많이 다르더군요. 돌을 손수레에 한가득 실어 와도 쌓아 놓으면 바닥에 깔리는 정도 밖에 안 되더라고요. 큰 돌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고요. 계절학교 6일 중 4일은 돌 줍다 마친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해는 다른 무엇보다 돌을 먼저 준비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동네 어디 돌이 많나 하며 봤는데, 마침 학부모님 농장에서 개간을 하고 계시더군요. 잘 되었다 싶어 부탁했더니 돌을 많이도 모아주셨습니다. 트럭에 실어 네 번이나 쏟아 모았습니다. 이제는 걱정없이 돌담을 쌓을 수 있게 된 것이죠. 하나 하나 균형을 잘 맞추어 아이들과 함께 잘 쌓았습니다. 보기도 좋았고, 뿌듯했습니다. 아! 그런데 다음 날 세차게 내린 비에 돌담이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왜 그런가 싶어 살펴보니, 균형을 맞추기 위해 조금씩 사용한 흙이 문제였습니다. 작은 돌로 맞춰지지 않으면 흙으로 채워낸 부분이 있었거든요. 폭도 높게 쌓을 생각으로 좁게 잡은 것도 문제로 보였습니다. 

올 해는 어떻게든 버티는 돌담을 쌓아야 겠다 다짐에 다짐을 했습니다. 두 해에 걸쳐 쌓은 돌담에서 돌을 모두 들어내고 다시 쌓기로 한 것이죠. 기초공사부터 튼튼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군요. 돌담의 돌을 들어내니 바닥이 주저앉은 부분도 보이더라고요. 폭을 넓게 잡고 땅 다지기도 꽤 힘들여 했습니다. 아이들 발로 1000번씩 밟고 지나고 그 다음 평평한 돌로 다지는 작업도 했거든요. 기초가 되는 돌도 퍼즐 맞추듯 빈틈없이 바닥에 까는 것 까지 힘을 쏟았습니다. 큰 돌은 선생님들이 함께 옮겼고, 삼학년 아이들이 들 수 있는 돌은 옮겨 하나 하나 쌓았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한 층, 한 층 올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도 맞춰보고 저렇게도 맞춰보며 6일을 보냈습니다. 작지만 아담한 돌담도 마무리하고, 그 앞 꽃밭도 만들었네요. 학교 오가며 가끔 들러보는데 아직까지 튼튼합니다. 내년까지 잘 버티겠지 싶습니다. 내년에 더 올리고 잇는 일을 아이들과 할 수 있겠습니다.

"선생님, 이렇게 작은 돌담쌓기도 어려운데 저렇게 높은 성벽을 쌓으려면 얼마나 힘들까요?"하고 아이들이 묻습니다. 남한산성 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라 자연스레 성벽에 눈이 가나 봅니다. 무엇이든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지나는 돌담이나 성벽을 보며 우리 아이들은 성벽을 보는 느낌이 다르고 더 넓겠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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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돕이01 2015.07.27 21:01
    제주 돌담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겠어요. 구멍이 숭숭 뚤린 채, 흔들리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제주 돌담.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 과학적 삶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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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감 2015.07.30 11:20
    더운데 힘들었겠다. 지난해 나도 졸업작품으로 쌓고 싶었는데 엄두가 나질 않아서 하지 못했다. 후배에게 용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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