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 놀이와 교사 편지
요즘 아이들이 재활용장에서 플라스틱 병두껑을 찾는 것을 자주 보았다. 뭔가 만들기를 하나? 놀이를 하나? 궁금했다. 오늘 그 까닭을 알았다. 중간놀이 시간에 아이들이 북카페에 모여서 병뚜껑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알록달록 색깔도 예쁘고 무엇보다 산 물건이 아니라 있던 물건에서 놀이를 만들어 낸 것이 보기 좋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뭔가 놀이감을 찾아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땅따먹기나 알까기처럼 손가락으로 내병뚜껑을 쳐서 상대 병뚜껑을 터밖으로 내보내면 되는 놀이였다. 북카페의 탁자는 병뚜껑놀이에 딱 맞다. 병뚜껑을 잘 살펴보니 테이프를 이용해서 여러 개를 합친 것도 있었다. 잘 노는 아이들, 놀이를 만드는 아이들이다.
요즘 선생님들은 기타 동아리를 만들어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관사에 모여 기타를 배운다. 어제는 관사에 가 보았더니 기타를 옆에 두고 종이에 뭔가를 쓰고 있었다. 대학 때 하던 돌려쓰기 편지 같았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왔더니 교장실 책상 위에 카드가 놓여 있엇다. 어제 쓴 편지 가운데 하나였다. 내 아내에게 나를 남한산에 잘 보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선생님이 돌아가며 한 마디씩 썼다. 개인적으로 편지나 쪽지를 주고 받은 적은 있어도 이렇게 모든 선생님이 함께 합의하여 나도 아닌 아내에게 편지를 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추석을 맞이하여 우리끼리라도 마음을 나누자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모여서 교육을 하게 해준 남편,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한 것이다. 맞다. 남한산에 근무하는 선생은 많은 시간과 마음과 몸을 남한산 교육에 쏟아야 한다. 가정의 이해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것을 알아채고 고마움과 위로를 해주는 선생님들이 난 고맙고 사랑스럽다. 이런 따뜻한 분위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가리라 믿는다. 내가 꿈꾸던 선생님들의 공동체적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