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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이 시작되었습니다.

 6월부터는 여름이라서 날이 더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뛰어놀기 바쁩니다. 땀을 한 바가지씩 뒤집어쓰고 들어와서 곧장 공부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도 마시라고 하고, 세수도 하라고 합니다.

 기다려 주었다가 공책이나 책을 꺼내라고 하면 한숨을 쉽니다. 실컷 놀다 왔는데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놀아도 공부시간을 싫습니다.

 가끔씩은 공부시간이 기다려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공부시간이지만 공부가 아닙니다. 요즘 영화를 찍고 있는데 그런 것들은 쉬는 시간에도 이어서 하자고 합니다.

 3월에 공부할 거리를 정했는데 그 중에 영화 찍기가 있었습니다. 마을 만들기 공부가 끝나자마자 아이들과 영화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아이들과 찍었던 영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거북산을 살려라!’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지난 학교에서 6학년 통합예술 시간에 찍은 것인데 상영까지 하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어렵다고 포기할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나더니 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몇 차례 회의를 했습니다. 극영화를 찍을 건지 다큐멘터리를 찍을 건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배역을 어떻게 하고 스텝은 누가 맡을지 정했습니다.

 아이들은 극영화가 재미있겠다고 했습니다. 3월부터 읽은 온작품읽기 목록을 살폈는데 그 중에서 <짜장짬뽕탕수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함께 짜장면을 먹는 마지막 장면이 좋다고 합니다. 그 장면을 뺄 거라고 했는데도 좋다고 합니다.

 감독, 음향, 카메라, 해설자를 정하고 배역도 정했습니다. 첫 촬영은 학교 앞 수동반점에서 했습니다. 승혜 아버지께서 가게를 빌려주시는 바람에 양파 쓰는 장면도 찍고 요리하는 장면도 찍었습니다.

 교실에서는 몇 번이나 다시 찍었는데도 힘들다고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 종민이가 잘못하거나 큰덩치가 대사를 잊어버려도 탓하거나 싸우지 않았습니다. 일주일동안 장면을 모두 찍고 이제 마지막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종민이가 ‘짜장 짬뽕 탕수육’을 외치는 장면인데 여기서는 짧게 끊지 않고 이어서 찍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하자고 합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저도 극영화는 처음 찍어보는 것이라서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할지 물어보면 아이들이 답을 줍니다. 요즘은 도시락을 싸오지 않는데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니까 장우가 물통으로 장면을 만들어보자고 말합니다. 대본을 맡은 아이가 써온 대로하지 않고 조금씩 바꾸어서 하는데 그것도 참 좋습니다. 선생님 역할에다가 말을 넣어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도 아이들입니다. 쉬는 시간에도 영화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보기가 좋습니다.

 내일 쯤 마지막 장면을 찍고 나면 소리와 음악을 찾고 목소리 녹음도 하고 편집도 해야 합니다. 음향 2명, 감독 2명, 해설자도 2명을 뽑았는데 그 아이들 일입니다. 그 아이들이 일을 하는 동안 나머지 아이들과 저는 영화 상영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포스터도 만들고 표도 만들고 팝콘도 준비하기로 했지요.

 3학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 영화를 찍을 때 이야기한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도 극영화는 처음 찍어보는 거라고... 하다가 힘들면 그만 두어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공부가 될 것 같다고 했지요. 그런데 하다 보니 덩달아 저도 신이 납니다.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영화를 찍는 일도, 수학 문제를 푸는 일도 힘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 공부는 하기가 싫고 어떤 공부는 하려고 애를 씁니다.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수학은 가만히 앉아서 하고, 영화는 움직입니다. 수학을 공부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영화는 새롭지요. 수학은 나중에 어떨지 모르지만 영화를 찍는 일은 처음과 끝이 보입니다.

 가장 다른 것은 수학은 시키는 대로 하지만 영화는 함께 만들어 간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에게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고 선생님도 함께 배웁니다. 누가 가르치는 사람인지 누가 배우는 사람인지 딱 자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것을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해내야 합니다. 저도 가르치는 부담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이들이 동무 같습니다.

 다른 과목에서도 그러면 좋겠습니다. 동무처럼 사이좋게 공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내가 아이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못하면 왜 못하냐고 타박을 합니다. 될 때까지 연습하라고 하고, 더 어려운 것을 가르쳐줍니다. 아이들은 잘난 선생님 밑에서 배우느라 스스로 할 기회가 없습니다. 시키는대로 하는 아이들이 되어갑니다. 저 때문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2016년 6월 7일

물골안에서 김강수 아룀.

 

덧붙이는 말>

1. 오늘 연수 신청하는 게시판 문을 열었습니다. 간사님께서 문자도 보냈습니다. 이번 연수는 윤승용 선생님과 장상순 선생님께서 도맡아 준비를 했고, 박길훈 선생님이 게시판을 만들었습니다. 연수가 시작될 즈음에는 지역모임 선생님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영화 만드는 우리반 아이들처럼 함께 연수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함께 하니까 동무입니다.

 

2. 이번 주말에는 경기지부 참실대회가 있습니다. 거기서 온작품읽기 분과를 열었습니다. 저도 발표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런저런 연수에서 발표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지만 온작품읽기로는 처음입니다. 8년째 하고 있는 일이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주 주말에도 온작품읽기로 이야기를 합니다. 멀리 창원에서 하는데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 연수는 누구든지 분과를 열어서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야기를 들어서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시간을 내었습니다. 가서 어떻게 하는지 배우기도 하고, 분과를 열어서 이야기도 나누려고 합니다.

 

- 경기지부 참실대회(성남 보평중학교 / 9월 11일 9시 30분 ~ 5시)

실천교육 교사 연대 연수(경상남도 교육연수원(창원) / 9월 18일 9시 30 ~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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