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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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친 이야기 끝에 결국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온작품으로 '페르코의 마법물감'을 나누는 시간, "우리 같은 책 재미나게 읽었으니 함께 나눌 방법 없을까?" 하면서 다소 뜬금 없는 물음을 날렸습니다. 연극으로 나타내 보자, 그리고 싶은 장면 그리자, 꽃으로 물감 만들자, 교실 창문을 꽃 무늬로 꾸미자, 가을 꽃을 구해 와 창틀에 올려두자, 페르코 처럼 비밀친구를 만들자.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말해줍니다.

누가 말을 먼저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영화로 만들어 봐요." 합니다. 이 말이 나오자 마자 다른 생각에 비해 호응도가 높습니다. "영화도 돼요?"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어보는 친구도 있고요. "너희들이 결정하면 할 수도 있겠지."라는 말이 떨어지니 급속하게 영화 만들기로 생각들이 쏠립니다.

분위기가 영화로 쏠리니 속으로 잠깐 난감한 마음이 듭니다. '말이 영화지,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들고 여러 아이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해야 가능한 일인데 가능할까?' 하면서 말이죠. 적극적으로 하자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괜히 말을 꺼냈나' '평화로운 반에 분란만 일으키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고요.

고민하다 "영화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 영화 대본인 시나리오도 써야 하고 함께 고치기도 해야 하겠지. 그 다음 배우도 정해 하겠고, 어디에서 어떻게 찍을지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해. 모든 것을 학교 일과 중에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쉬는 시간, 놀이 시간, 학교 끝난 시간도 쪼개서 써야 해. 심하면 주말까지도 이 일에 매달려야 할 거야. 다른 학년이 방학이 들어가도 우리 반은 방학도 못하고 이것을 하고 있어야 할 수도 있고 말이야. 몇 사람만 할 수 있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야.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지. 고학년 아니 중학교 고등학교 선배들에게 맡겨도 쉬운 일은 아니야.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만약 우리가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많은 사람을 초대해서 상영을 한다면 정말 기쁜 일이 될거야. 시간이 지나도 기쁜 추억으로 남겠지. 솥비관에서 우리가 만든 영화 시사회를 열고 팝콘도 팔면서 수익금을 기부하는 행사도 만들 수 있을거야.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을거야.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다소 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절대 안 된다는 아이. 아무리 어려움을 말해도 꼭 할 거야라는 눈빛과 다짐을 보내는 눈빛도 예사롭지 않고 귀찮고 귀찮은 일을 아이들은 왜 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눈빛을 보내는 아이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참 어려운 결정이다. 의견이 나왔고 우리 푸른 마을이 할지 하지 않을지 결정은 해야겠다. 다만 자기가 원하지 않은 결정이 나와도 잘 따라주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생각을 말할게. 한 사람이라도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면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있으면 결정하는 절차를 밟지 않을게. 하루의 시간을 줄 거고, 내일 결정하자." 하고선 하루를 넘겼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꼭 해야 하는데 하면서 반대할 친구를 설득하는 모습도 보이고, "절대 반대"라는 깃발을 만들어 반대 운동을 하는 친구도 보입니다. 하루가 지나 아침 인사는 당연히 '영화' 입니다. "선생님, 언제 결정할 거예요?" 하면서 말이죠. 회의할 시간이 없어 음악 시간에 회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 해야만 하는지,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보는 시간 갖습니다. 그 전에 '비밀친구' 놀이도 제안이 나와 결정도 보고 비밀친구 정하는 시간도 가지다 보니 부족한 시간입니다. 또 다시 오늘 활동을 모두 마치고 하교 시간 회의와 결정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점심 놀이 시간을 지나 체육 시간이 끝납니다. 교실에 모여 드디어 결정하는 시간. 규정하기 힘든 긴장감이 교실에 감돕니다. 결정하기 전에 일부러 시간을 끕니다. 결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정 이후 힘이 모여야 하기 때문이죠. "반대하는 사람의 생각도 가만히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영화를 만들기엔 우리가 너무 어리고, 계절학교에서 영화 만들기 체험을 할 수도 있고, 좀 더 커서 6학년 때 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 충분히 맞는 말이다. 반대하는 사람은 단순히 귀찮아서 함께 하는 활동이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하지만 원하지 않은 결정이 나와도 충분히 힘을 보태줄 거라고 믿는다" 하면서 엄숙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찬성하는 사람의 생각도 중요하다. 부족하지만 이를 계기로 신나는 추억 만들 수 있다, 수준 높은 작품을 완성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해도 최선을 다하면 된다, 어려움을 이겨내면 더 기쁘다. 라는 생각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 그러면 결정의 시간을 밟겠습니다. 먼저 '내 생각과 다르게 결정되면 따르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어나서 말해주세요." 아무도 일어나 말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다행이다 싶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용기가 없어서 그럴수도 있으니 '다르게 결정되면 힘을 보태기 어렵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주세요." 해도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어제 이 말을 했던 친구들을 설득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도 없네요. 어제는 네 사람이나 들었거든요. 다행이고 우리 아이들 고맙습니다.

"이제 결정의 시간입니다. 찬성하는 사람 의견 듣고, 반대하는 사람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똑같은 수가 말해야 합니다." 하면서 세 사람씩 의견을 들었습니다. "손을 들어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여러 의견을 곰곰히 생각해야 합니다. 비밀 투표로 결정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생각이 바뀐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차마 친한 친구와 의견을 달리할 수 없어 고민하는 친구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비밀 투표로 할 것입니다. 나눠준 쪽지에 O X로 표시하면 됩니다. 아무도 몰래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고 그 결과에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안 하는 것으로 결정나면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살려야 하겠고, 되는 것으로 결정나면 부족한 힘이나마 힘껏 보태야 합니다. 모두들 여기에 생각이 모인 거 맞죠? 어떤 의견이든 2/3가 넘어야 합니다. 우리 반이 21명이니까 7명씩 묶으면 셋으로 나눠집니다. 2/3니까 14명이 넘어야 합니다. 아주 중요한 결정이라 과반수 1/2이 아닌 2/3로 한 것입니다. 7명의 의견도 소중하지만 14명을 위해선 자기 마음을 바꿔줄거라 믿습니다. 모두들 잘 따라줄 수 있죠?" "네!" 대답 소리 한 번 큽니다.

"그러면 투표에 들어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누구에게도 보여주면 안 됩니다. 끝나고 나서도 서로의 생각을 물어봐선 안 됩니다. 자 이제 표시하고 접어서 앞에 내 주세요." 긴장감이 더 높아집니다. 꼭 되어야 하겠다는 눈빛이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안 돼!"하는 눈빛도 장난 아닙니다.

접어서 낸 종이 하나씩 펼쳐 보일 때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를 셉니다. 동그라미 하나, 둘, 셋 하면서 말이죠. 어? 이상합니다. 동그라미가 생각보다 많이 나옵니다. 속으로 반대하던 아이들이 꼭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 위해 생각을 많이 바꾼 것 같아요. 열넷이 넘자 환호성이 터집니다. 최종 결정 18대 3입니다. "영화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다음 주 회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 모두들 기쁜 얼굴입니다. 반대한 친구가 누군지 아리송합니다. 반대 의견을 목소리 높여 이야기 했던 친구가 동그라미로 바꾸는 걸 살짝 엿보았거든요. 어제에 비해 압도적으로 찬성 의견이 많습니다. 어제는 12대 8이었거든요.(한 명은 조커 카드를 쓰고 집에 있었음^^) 시간을 두고 찬찬히 생각을 곰곰이 한 친구들이 많나 봅니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 자랐습니다. 그나저나 우리가 잘 해낼까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온책읽기, 페르코의 마법물감이라는 게 있다. 그 온책읽기를 했다. 근데 애들이 영화를 만들자고 했다. 난 만들기 싫었다. 근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 난 세상에서 제일 운이 좋은 거 같다. 선생님이 한 명이라도 안 한다고 하면 다 안 하는 거라고 했다. 태균이가 왜 그렇게 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자기가 선생님으로서 한 명만 빼고 하는 건 용납 못한댔다. 그래도 엉뚱한 상황은 피해가는 법이 없다. 급식 먹을 때 여자들이 단체로 "민준아~ 제발~" 이라며 빌었다. 할 수 없이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로 정했다. 원래 안 한다로 됐는데 애들 이동까지 있다고 해서 나도 영화로 했다. 이러니까 갑자기 영화가 하고 싶어졌다."(2017.9.21. 권민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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