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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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성명서>

 

“2022 개정 국어교육과정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지우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지난 8월 30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그 가운데 새로운 국어교육과정 개발하려는 팀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육과정을 삭제하려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수많은 현장 교사들은 충격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감정들이 일고 있습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오랫동안 국어 교과서로 기능학습에 길들여졌던 초등학생과 교사들에게 너무도 크나큰 선물이었습니다. 비록 한 단원이었지만, 교과서에 들어선 독서 단원은 국어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하나의 희망이 돼 주었습니다. 학생들은 비로소 책을 만나는 법을 익힐 수 있었고 언어 기능만이 아니라, 언어가 지닌 역사적인 숨결과 살아 있는 삶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독서 단원이 있어 국어 시간에 학생과 교사는 책을 매개로 서로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한 학기에 한 번이라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성취기준과 학습 목표 중심의 일방적인 정답 찾기 국어 수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럼에도 이 소중한 독서 단원을 초등학생에게 빼앗으려는 의도를 현장 교사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현장 교사들의 오랜 실천을 교육과정으로 만든 상향식 교육과정의 본보기였고 책을 매개로 분절된 지식을 통합하여 가르칠 수 있는 바탕이기도 했습니다. 국어 교과가 전 교과의 바탕이고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른바 ‘독서 단원’으로 증명해 보였던 것입니다. 나아가 교사에게는 교재구성권을, 학생에게는 통합적 배움을 제공하는 고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은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교육과정에서 삭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확대되어야 할 미래교육과정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따라서 우리 모임은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해야 하는 까닭을 뚜렷하게 다시 밝혀, 2022 개정 국어교육과정의 가야할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 강력히 촉구하고자 합니다.

 

첫째,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교사에게 교재구성권을 열어주는데 있습니다. 최근 현장성 있는 학자와 교사들은 한국 교육이 살려면 교사의 교육 기획력이 살아야 하고, 교육 기획력이 살려면 교사의 평가권과 교재 구성권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특히 교사의 교재 구성권이 이 말의 알맹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칠 내용을 스스로 구성할 수 없다면 어떻게 전문가란 말과 선생이란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참고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구성 권한과 결정권은 교사에게 오롯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국가 교육 정책으로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교사들의 노력으로 교재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넓혀 가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보면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교사들이 교재 구성권과 구성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고리가 되었던 교사들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교육과정이었습니다. 어렵게 찾은 이 권리를 교사들로부터 빼앗지 말아주십시오.

 

둘째,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분절된 교육과정 구성과 교과서 구성 방식에서 통합적 교육과정 구성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가 교육 과정은 교과의 영역별로 가르칠 지식을 성취기준으로 나누어 학년군별로 배치한 뒤, 이를 모아서 교과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너무 쪼개져 있고, 어떤 것은 너무 일찍 가르칩니다. 인물의 성격, 줄거리 요약, 뒷이야기 상상하기, 주장과 근거 등을 한두 차시 나누어서 가르치기보다 좋은 작품을 오롯이 읽어 냈을 때 한꺼번에 통으로 아이들에게 들어갑니다. 쪼개진 작품을 쪼개진 지식별로 6년을 배운 아이와 온전한 작품으로 6년간 꾸준히 배운 아이의 언어 능력은 전혀 다르게 드러난다는 사실을 현장 교사들은 오랫동안 실천으로 검증해 내었습니다. 학자들의 무관심과 무시가 변화하는 이러한 현장의 모습에 눈을 감고 있을 뿐입니다. 초등교육에서 국어교과가 차지하고 있는 역할이 하나의 교과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셔야 합니다.

 

셋째,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국가가 모든 것을 던져 주던 국가 중심 교육과정에서 교사 스스로 구성하고 학생들이 이를 넓게 펼쳐 나가는 교사와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탈바꿈하자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국가는 기본적인 틀과 핵심만 간략하게 제시하고 나머지는 교사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국가의 교육부에서 도 교육청으로, 시 교육청으로, 학교로, 학년으로, 교실의 교사로 내려오는 하향식, 중앙 집권적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의 제일 작은 단위인 교실의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을 지원하는 학년, 학교, 교육청, 교육부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려면 과정이 중요합니다. 알고는 있어도 어떻게 그곳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초·중·고 교사와 가정의 학부모가 교실, 학년, 학교, 전국, 모임에서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저마다 처한 상황과 깜냥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고, 격려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현장의 변화를 읽어 내지 못하고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육과정을 삭제한다는 사실에 현장 교사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습니다.

 

넷째,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교사가 그저 다른 이를 따라 하는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저마다 빛깔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교사가 온작품을 읽고 이를 학생들과 나눌 것을 고민하는 자체가 교재 구성이며 기획력이고 가르침의 시작입니다. 교사 자신도 온전한 작품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을 하거나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건조한 지식 전달의 수업이 아니라 감동으로 시작된 마음에서부터 교육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감동과 고민 뒤의 가르침은 학생의 배움을 제대로 열 수 있습니다. 남을 따라 하기보다 내가 고민하고 되돌아보고 만들어 낸 책 읽기 교육 기획이 결국 교사의 자존감과 전문성을 높이고, 동료 사이의 협력과 교육 공동체 가꾸기로 나아가게 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고있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단순히 책 한 권 읽기로 치부하고 삭제하려는 의도는 국어교육과 초등교육의 가치를 너무도 좁은 눈으로 보는 무지한 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학습 목표 중심의 정답 찾기로 일관했던 기존의 초등 국어수업을 다양한 생각과 나와 다른 이의 생각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주었습니다. 교과서의 바탕글이 현행 교과서에서는 대부분 쪽글입니다. 물론 모든 읽기 바탕글을 한 권, 온글, 온책, 온작품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저마다 나름의 수업 목표에 따라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권 읽기, 온책 읽기, 온작품읽기’ 같은 완독의 개념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교사 수업은 물론 학생 배움에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쪼개진 글만 다룬 학생과 쪽글, 온글을 나란히 다룬 학생의 읽기 능력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 있는 초등 교사들과 가정의 부모는 이를 알기 때문에 저학년부터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따로 마련할 정도였고 학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읽기 교육에 관련된 사교육마저 점점 팽창해 갔습니다. 가정의 격차가 읽기의 격차까지 만들어내는 현실을 그나마 막아주기 시작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삭제하려는 의도는 학교 현실을 교육과정 연구진은 너무도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온 나라 초등교실에서 모든 어린이들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읽기의 기회를 제공해준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오히려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혀 둡니다.

 

실로 어렵게 교육과정 속으로 들어간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현장 교사의 실천을 바탕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이런 역사적 흐름을 무시하고 외국의 이론이나 지식에서 비롯하지 않았다는 까닭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삭제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학자라면 오히려 우리 토양에서 나온 교사들의 활동을 연구하여 이론화하고 지식으로 뒷받침해야 마땅합니다. 따라서 교사의 교재구성권, 통합적 교육과정 운영, 학생의 통합적 배움, 상향식 교육과정 등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기존 교육과정에서 삭제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번을 계기로 국어교육과정 연구진은 학교현장에 귀를 기울여 진정한 미래교육과정의 바탕을 국어교육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더욱 애써주시기를 바랍니다.

 

 

2022년 9월 8일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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