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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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는데 이제는 긋고 바람이 붑니다. 모처럼 시원한 바람입니다.

내내 비가 오니까 아이들이 교실에서만 놉니다. 처음에는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잡기놀이를 한다길래, 방송을 해서 모두 교실로 불렀지요. 보드게임도 하고 하모니카도 불고 인형놀이를 하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래도 갑갑합니다.

이리저리 부딪히기도 하고 다툼도 잦아집니다. 신고도 많이 들어옵니다. 쉬는 시간이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 스무 개도 넘게 들어옵니다. 동무가 소리를 질렀다고 하고, 수학을 푸는데 틀리라고 말한다거나 툭 치고 지나갔는데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싫다는데 자꾸 건드린다고도 합니다.

이 아이가 말하면 저 아이가 끼어들고, 정신이 없습니다. 줄을 세워서 이야기를 듣고 하나씩 풀어가는데 줄이 줄어들지 않고 자꾸 늘어납니다. 안되겠다 싶어서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혼자서 놀라고 합니다.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했지요. 이제야 좀 조용해집니다. 살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살 것 같은데 아이들은 더 갑갑합니다. 비는 와서 나가지도 못하고, 동무들과 놀지도 말라고 하니까 그렇습니다. 조금 있다가 아이들이 이르지 않을 테니 동무들과 놀게 해달라고 합니다. 고자질은 나쁜 거니까 고자질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예전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고자질은 나쁘지 않습니다. 억울한 일이 있는데 이르지도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아이들에게 ‘이르는 것’은 나쁜 게 아니라고 했지요. 아빠도 엄마에게 이를 때가 있고 성경에 봐도 이른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경수가 저는 불교 믿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불경에도 이른다는 말이 나올 거라고 했더니 찬우가 대뜸 불교는 나쁘다고 합니다.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고, 교회에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저보고도 교회에 나오랍니다.

찬우 아버지는 목사님입니다. 작은 교회에서 어렵게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지요. 가끔씩 저보고도 일요일에 교회에 나오면 피자도 주고 돈까스도 준다면서 오라고 했던 아이입니다. 다른 교회 가면 안 되냐고 하니까 자기 교회가 맛있는 것 많다고 하면서 오랍니다. 언제 시간 나면 가겠다고 했습니다. 찬우의 적극적인 전도활동 때문에 우리 반 아이 몇몇이 그 교회에 다닌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냥 좋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하는 일을 도우려는 것 같아서 기특했지요. 그러다가 오늘 불교가 나쁘다고 하니까 그냥 두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자기가 다니는 종교만 좋고 다른 종교가 나쁘다고 하면 될까 물었습니다.

나쁘다는 아이도 있고 교회가 좋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 우리반은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교회 안 다니는 아이들을 나쁘다고 하면 듣는 아이들 기분이 어떨까 물었습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찬우는 그래도 교회에 가면 하느님이 다 용서해준다고 교회에 오라고 합니다. 답답합니다.

내 종교만 좋고 다른 종교는 싫다고 해서 서로 싸운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는데 서로 미운 말만 해서 전쟁도 하고 사람도 죽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서로 싸우고 있는데 하느님도 알라신도 부처님도 서로 싸우라고 말한 적은 없지요. 그저 신의 이름을 빌려서 사람이 싸우고 있을 뿐입니다.

종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모여서 동아리를 이룹니다. 교사들끼리도 뜻을 세우고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서 모임을 만듭니다. 무슨무슨 네트워크, 무슨 무슨 공동체, 무슨무슨 연대 같은 모임입니다. 우리 국어모임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나쁜 말을 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아도 서로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내 모임이 가장 좋아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가장 좋다고 해야 내가 있는 모임이 잘 될 것 같습니다.

우리반 찬우와 똑같습니다. 오히려 불교가 나쁘다고 솔직하는 말하는 찬우가 어른들보다는 조금은 낫습니다. 찬우도 처음부터 다른 종교가 나쁘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른들이 가르친 것이지요. 제가 가르친 것입니다.

지금 와서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는 것이 맞나 싶습니다. 내가 먼저 다른 반이나 다른 학교, 다른 선생님, 다른 겨레를 잘한다고 칭찬해야 되었습니다. 그러지 못하고 이제 와서 어른들에게 배운 아이들은 탓하는 것은 비겁합니다. 내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착하게 살지 않으면 아이들은 보고 배울 것이 없습니다.

오늘 찬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부터 잘 살자 싶었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2016년 5월 24일

물골안에서 김강수 아룀.

 

덧붙이는 말>

 

1. 연수 일정표가 다 되었습니다. 다음주 화요일에 접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매번 연수를 준비할 때마다 어떤 사람들이 올까 궁금합니다.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오신 분들이 늘 좋다고 해주고 고맙다고 해주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멈추어있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늘 새로워지고 늘 여러 사람과 나누려 애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연수에서는 분과의 숫자를 많이 늘렸습니다. 모두 10개입니다. 예술도 있고, 사회역사 분과도 있습니다. 놀이 분과도 생겼습니다. 분과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도록 시간도 더 많이 늘렸습니다. 나누어야지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지난 주 금요일에 양평 무너미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무너미마을학교모임이 처음 모임을 가진 날이었습니다. 강마을산마을학교모임을 처음 열고 7년 만에 진짜 마을학교모임이 생겨났습니다. 눈빛 맑은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로웠습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가까이 있는 선생님들에게 손을 내민 적이 없습니다. 온나라 연수를 열고, 온나라 모임 회장을 맡아서 했지만 가까운 곳에서 가까운 이들 이야기를 잘 듣지 못했습니다. 말공부도 삶공부도 우리 교실에서, 우리 마을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제가 그렇게 살지 못했지요. 이제는 제가 사는 물골안에서 모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오래오래 나누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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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 2016.05.26 13:41
    우리 마음 속에 마을이 있고, 시골이 있고, 동네가 있다. 그 때 함께 어울리던 사람이 있고, 놀던 터가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교육학을 배우며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사는 환경, 집, 동네를 알아야 잘 가르친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이것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 모를 뿐이다. 이런 마을을 함께 펼칠 수 있는 길을 열어보고자 한다. 국어모임, 강산모임, 연구소, 작연, 새넷뿐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 마음 속에 이미 마을이 있다. 우린 이미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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