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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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는 지진이 났다고 합니다.

몸이 둔한 저는 느끼지 못했지만 아침에 학교 와보니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흔들림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참 다행입니다.

벌써 한가위가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모임 선생님들 이야기를 살펴보니 아이들과 송편도 빚고, 차례도 지낸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 6학년 선생님은 꼬지와 동그랑땡을 만들어서 먹었나 봅니다. 방금 전 그 반 아이들이 종이컵에 담아서 가져온 것을 저 혼자 맛나게 먹었습니다. 고소합니다.

일요일에는 집에서도 송편을 빚었습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솔잎을 찜솥에 올리고 송편을 빚고 있었습니다. 저도 손을 씻고 함께 송편을 빚었지요. 조금 있으니까 윗집 아주머니께서 오십니다. 아이들이 솔잎 따는 걸 보고 거들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우리들이 빚은 것은 못 생겼는데 아주머니가 빚는 것은 예쁘고 맛있어 보입니다. 젯상에 올려도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꾼인 아주머니는 그간 마을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미나게 해주십니다. 아주머니 덕분에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나면 가다가 지나치는 마을 어른들이 남 같지가 않습니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지난 1학기에 아이들과 함께 물골안에 내려오는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그림을 그려넣었지요. 그렇게 열 편의 그림동화를 만들었습니다. 물골안 그림책이라고 이름 붙이고 책으로 인쇄를 했습니다. 모두 40부를 찍었습니다. 학급에 인쇄비가 넉넉하지 않아서 더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골안 사는 아이들이 모두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골안 노인 회장님을 찾아갔습니다. 그 분이 물골안 들판과 물, 사람들 이야기를 귀하게 여긴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쓴 책을 보여드리고, 더 많이 찍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어제 전화로 답을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잘 만들었다고 하더니, 100부를 더 찍자고 합니다. 아이들 이야기에 나오는 곳도 함께 다니시며 이야기를 들려주신다고 하십니다. 차가 없다고 했더니, 면사무소와 노인회 차를 빌려준다고도 합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고 메일을 보내었습니다.

노인 회장님 덕분에 아이들 삶에서 꽃이 필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김수업 선생님의 배달말꽃을 읽고 있습니다. 거기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말꽃은 처음부터 삶의 뜻을 진하게 드러낸다. 말꽃을 만드는 말이 애초에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말이란 뜻을 드러내려고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뜻이란 어디서 오는가? 뜻은 바로 삶에서 온다. 삶에서 겪은 그 모든 것들은 뜻이 되어 머리에 쌓이고, 그것이 핏줄로 내림이 되어 동아리 안에 커다란 뜻의 바다를 이룬다. 이래서 말꽃은 다른 예술들보다 한결 진하게 삶의 뜻을 드러내어 문화로 자리잡는다.”

 

삶에서 뜻이 온다는 말이 좋았습니다. 뜻이 말의 꽃을 피운다는 말도 좋았습니다. 그런 것이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삶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동아리 사람들 삶을 하나로 묶어 준다고 해서 그 말도 참 고마웠습니다.

송편을 빚으며 아주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도 삶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노인 회장님이 우리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도 삶에서 온 것이지요. 그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이어져 동아리 사이를 돌아다닐 것입니다. 아이들은 저절로 물골안 동아리 사람으로 자라나겠지요. 저도 그 곁에서 이야기를 거들며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저절로 물골안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2016년 9월 13일

물골안에서 김강수 아룀.

 

덧붙이는 말>

 

한가위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맛있는 송편 드시고, 오래된 이들과 따뜻한 이야기 나누기를 바랍니다. 둥그런 달에게 소원을 빌고 편안한 잠을 자는 한가위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요즘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라는 것이 삶을 가꾸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삶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거기서 삶의 꽃, 말꽃이 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여름 주제학습 분과를 열어서 이야기를 나눌 때부터 그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생각만 있고 실천이 없으니 허전하기만 합니다.

마침 양평 마을학교모임 선생님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겠다고 해서 찾아가려고 합니다.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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